[표철민의 창업플러스-8] 지난 외박 때 회사에 들렀다가 직원들이 면접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하여 나의 선발 기준을 조금 공유해 주었다. 디자이너 면접이라는데 뽑는 입장에 서 본 직원이 몇 명 안돼서 평가기준을 놓고 한창 토론 중이었다. 나는 최종 면접자 두 명의 가장 못한 포트폴리오 두 개씩을 뽑은 뒤 가장 잘한 것과 비교해 기복이 심한 사람을 제외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었다. 가장 자신 있는 포트폴리오는 누구나 있게 마련이고 그걸로 구분하는 건 쉽지 않지만 가장 잘 못한 포트폴리오는 본래 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거꾸로 내가 구직자라면 많이 만들어본 것을 강조하려고 굳이 잘 못한 포트폴리오까지 포함하지 말고 과감히 덜어내 개인 역량의 기복을 보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기는 하나 면접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디자이너를 뽑을 때는 특히 타이포 사용, 색채 사용, 지원서 자체의 편집디자인과 가독성 등을 중요하게 보아야만 향후 제품 디자인 외에도 기업 디자인(CI·Corporate Design) 작업 역시 잘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는 일당백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단 디자이너뿐이겠냐마는.

　채용은 정교한 판단력을 요한다. 형편이 안되는데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아도 안되겠지만, 과감한 투자로 베팅을 해야 하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인력을 운용해도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그걸 잘 판단해 지를 때 지르고, 몸 사릴 때 사릴 줄 아는 사람이 좋은 경영자다. 나는 무조건 사람 많은 회사가 좋은 회사인 줄 알았다. 사람들도 내게 직원이 몇 명이냐고 자주 묻곤 했었다. 회사 이름을 듣고도 규모를 모르겠으면 직원 수가 그다음 단골 질문이었다. 위자드도 한때는 직원이 50명 정도 됐었다. 일감이 많을 땐 그 규모가 잘 굴러갔는데 나중에 일감이 줄어드니 큰 부담이 되었다. 월급을 주려다 보니 점점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처음 생각하던 회사의 방향과 많이 멀어져 갔다. 그렇게 2년 정도를 하기 싫은 일감을 받으며 일하다 더는 그러기 싫어 작은 사무실로 이사를 갔다. 뼈아픈 맘을 안고 직원도 크게 줄였다. 조직이 다시 작아지니 소통도 잘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다들 애사심도 더 생겼다. 그 후부터는 입대 직전까지도 항상 작은 조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작은 조직으로 확 바꾸겠다는 결심을 4년 전쯤 했던 것이 위자드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중요한 결심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처음에 잘 모르는 무능한 경영자였으면 과정을 통해 느끼고 배우면서 액션을 취하면 기회가 있는 것 같다. 비대한 규모를 유지하던 비슷한 회사들은 그 사이 모두 사라졌다.

　얼마나 뽑느냐 이상으로 누구를 뽑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많은 이들이 익히 지적했지만 B급 인재는 자기 이상의 A급 인재를 뽑지 않는다. 우선 B급 인재는 자기 실력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반성이 안되기 때문에 A급 인재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설사 알아본다 하더라도 자기 입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A급 인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뽑고 그런 과정의 반복 속에 조직은 점차 하향평준화된다. 이 문제는 모든 조직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유일한 해결책은 회사가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회사가 성장하면 지금 모인 사람보다 더 훌륭한 인재를 설득할 수단이 많아지고 금전적 보상도 현실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향평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 정체에 있거나 역성장하는 경우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재를 설득하기 어려워지므로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회사는 항상 고성장할 수는 없다. 일정한 사이클이 있고 이를 반복하기 때문에 고성장 사이클에서 최대한 좋은 인재를 수급하고 역성장 사이클에서는 지금껏 모은 인재를 최대한 수성해 인재의 하향평준화를 더디게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조직의 성장기에는 높은 직급과 책임, 그리고 역성장기에까지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의 좋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역성장기엔 탄력적 출퇴근제나 강력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 직접적 비용 부담이 적은 복지제도, 사내 운동회나 잦은 워크숍 같은 직원 유대 강화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해 인재 유출을 늦추거나 줄여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장기 저성장에 빠져 완전히 하향평준화된 조직을 다시 고성장 인재 집단으로 턴어라운드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앞서 4년 전 회사 규모를 줄인 후 그런 극적인 변화의 전기를 맞았다. 그 변화의 계기는 첫째로 소수의 '키맨'이 입사해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조직에 조금씩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고, 둘째로 직원들에게 새 비전을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그들과 회사의 꿈이 일치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일년쯤 지나자 최근에 입사한 키맨들의 열정과 역량이 기존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조금씩 동화되면서 조직적으로 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무기력했던 직원들이 회사의 새 꿈에 공감하게 되자 더 즐겁게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제품이 출시되고 시장의 피드백을 받게 되자 조직의 속도는 시장 최고 수준이 되었다.

　그럼 장기 저성장에 빠진 조직에 어떻게 A급 인재에 해당하는 키맨을 채용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모두가 지친 그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꿈을 제시할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사장의 몫이자 사장만이 이뤄낼 수 있는 외로운 투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의 상황과 역동적인 시장에서 우리가 사이클의 변화를 막아낼 도리는 없지만 거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계속 다음 기회를 모색할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너무 힘들지만 반드시 직접 해내야 하는 사장의 책무다.

　나는 현실적으로 키맨을 영입할 돈도, 인맥도 모두 바닥이 났을 때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망하면 안되므로, 키맨이 될 가능성이 있는 완전 무명의 직원을 잘 가려 뽑고 조직 내에서 키맨으로 성장시키려 노력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스타트업 분야에 많은 경영자를 배출한 위자드웍스의 동문 네트워크다. 이 글의 서두에서 예로 든 것처럼 분야별로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나름의 안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직을 다시 양의 방향으로 옮길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이라 하겠다. 물론 그 안목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 나와, 우리 조직과, 그리고 우리 사업과 맞는 기준을 세우고 숱한 채용과 실패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것이다.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