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모르는 사업에 전문가 모아 덤볐더니
2015.09.25 06:02 l 표철민
[표철민의 창업플러스-4] 수년 전에 루비콘게임즈라는 게임 개발사를 창업했다가 몇 억 원을 잃고 접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에서 SNS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른바 '소셜 게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때라 한국에서도 이 소셜 게임을 빨리 만들어 내놓으면 잘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마침 당시 한국 1등 SNS였던 싸이월드에서 파트너 제안을 해왔기에 더욱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이 게임 개발도 전혀 모르고 심지어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사업 기회라고 생각해 게임 개발사를 창업한 것이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만 모을 수 있으면 못할 도전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구인 글을 백방으로 올리고 주위에 수소문하고 해서 당시로는 생소한 소셜 게임 개발에 나설 멤버 8명을 모아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6개월여 만에 첫 게임을 내고 2년 동안 4개 게임을 냈지만 새로 나온 다른 개발사들과 경쟁에서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뼈아프게 회사를 접어야 했다.
내가 만든 회사에서 좋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멤버들 대부분은 이후 카카오 게임 등장과 함께 한국에서 소셜 게임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유명 게임사에 팀장급으로 이직을 잘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나는 그 이후로 잘 모르는 일을 창업하는 걸 경계하게 됐다.
당시 우리를 이기고 나중에 카카오 게임의 파트너가 되어 상장까지 하게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사장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만들어 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시장 기회를 먼저 보았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나 해본 사람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도 괜찮은 멤버들을 뽑아서 게임을 겉으로 보아서는 아주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용자를 계속 게임에 접속하게 하는 노하우나 오래 축적된 서버 기술 같은 것들은 없었기 때문에 그 업을 오래 해온 사람들을 의지만으로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그때 실패 경험 이후 사업 기회가 보인다고 다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일인가를 몇 달간 생각해본다.
요새 IoT(사물인터넷)다 핀테크(금융혁신서비스)다 MCN(Multi Channel Network·쉽게 설명하자면 일반인 유튜브 스타를 모아 산업화하는 것)이다 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말들이 많은데, 예전 같았으면 혹하고 뭔가 했을 내가 최대한 가만히 생각만 하며 지켜보고 있다. 물론 군대에 있는 상황도 있지만 지금 밖에 있더라도 유행하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행을 타는 비즈니스의 장점은 다른 회사보다 미디어 홍보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행 키워드에 올라 타야 더 자주 기사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기도 하는 것. 산업으로서 의미 있는 매출 규모가 오랜 시간 성장하며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반짝 유행이었다는 걸 금세 사람들이 깨닫게 된다. 과거로 보면 웹2.0이 그랬고 소셜 데이팅이나 UCC, SNS가 그랬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나 O2O가 그런 검증 시험대에 올라 있다.
남의 사업 걱정하는 게 가장 쓸데없는 일이지만 요즘 보면 다시 최근 유행에 올라타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꽤 많은 수가 그 일을 정말 잘해서라기보단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마치 예전의 나처럼 그저 유행이라서 열심히 하고 있는 회사들도 보인다. 아니면 외부에서 보면 전문성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해서 그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장이나 경영진이 잘 모르는 사업을 벌이게 되면 일단 불필요한 사람을 많이 뽑고 본다. 누가 필요한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필요해 보이는 포지션을 다 뽑고 보는 것이다. 유행인 만큼 투자받기는 또 쉬워서 많은 눈먼 자본을 유치해 눈먼 이들이 눈먼 사람들을 뽑아 놓는다. 그러면 회사에 들어온 불필요한 사람들은 또 자기 필요성을 검증해야 하니까 불필요한 일들을 마구 만들어낸다. 회사에서 정말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는데 하나도 제대로 된 제품이 안 나오고 성장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초점이 흐려지면 우리가 당초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한 건지도 모호해지고 그냥 남의 돈을 가져다가 유행하는 사업을 신나게 열심히 벌여 보는 모럴 해저드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내가 100% 이해하는 일을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업인데 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고 시장도 잘 모르고 직원들도 잘 모르는 일을 하면 요행에 기대게 된다. 더 큰 유행이나 밸류에이션 높이기 같은 생각만 하고 오래가는 회사 만들기나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업의 본질 같은 데엔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게임 개발사의 건전한 목표는 좋은 게임 만들기여야 했다. 나는 소셜 게임 유행에 올라타 높은 밸류로 투자를 받거나 폼나는 회사를 만들거나 이 붐을 타고 좋은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마 지금도 그런 회사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런 꿈을 꾼다면 결코 원하는 것들은 얻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업의 본질에 집중한 사장과 팀만이 행복한 과실을 따 먹게 될 것이다.
▲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
당시 미국에서 SNS 친구들과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른바 '소셜 게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때라 한국에서도 이 소셜 게임을 빨리 만들어 내놓으면 잘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마침 당시 한국 1등 SNS였던 싸이월드에서 파트너 제안을 해왔기에 더욱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회사에서 좋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멤버들 대부분은 이후 카카오 게임 등장과 함께 한국에서 소셜 게임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유명 게임사에 팀장급으로 이직을 잘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나는 그 이후로 잘 모르는 일을 창업하는 걸 경계하게 됐다.
당시 우리를 이기고 나중에 카카오 게임의 파트너가 되어 상장까지 하게 된 회사들의 공통점은 사장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만들어 보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시장 기회를 먼저 보았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나 해본 사람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도 괜찮은 멤버들을 뽑아서 게임을 겉으로 보아서는 아주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용자를 계속 게임에 접속하게 하는 노하우나 오래 축적된 서버 기술 같은 것들은 없었기 때문에 그 업을 오래 해온 사람들을 의지만으로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그때 실패 경험 이후 사업 기회가 보인다고 다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 일인가를 몇 달간 생각해본다.
요새 IoT(사물인터넷)다 핀테크(금융혁신서비스)다 MCN(Multi Channel Network·쉽게 설명하자면 일반인 유튜브 스타를 모아 산업화하는 것)이다 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말들이 많은데, 예전 같았으면 혹하고 뭔가 했을 내가 최대한 가만히 생각만 하며 지켜보고 있다. 물론 군대에 있는 상황도 있지만 지금 밖에 있더라도 유행하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행을 타는 비즈니스의 장점은 다른 회사보다 미디어 홍보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유행 키워드에 올라 타야 더 자주 기사에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기도 하는 것. 산업으로서 의미 있는 매출 규모가 오랜 시간 성장하며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반짝 유행이었다는 걸 금세 사람들이 깨닫게 된다. 과거로 보면 웹2.0이 그랬고 소셜 데이팅이나 UCC, SNS가 그랬다. 최근에는 클라우드나 O2O가 그런 검증 시험대에 올라 있다.
남의 사업 걱정하는 게 가장 쓸데없는 일이지만 요즘 보면 다시 최근 유행에 올라타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꽤 많은 수가 그 일을 정말 잘해서라기보단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마치 예전의 나처럼 그저 유행이라서 열심히 하고 있는 회사들도 보인다. 아니면 외부에서 보면 전문성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해서 그 사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사장이나 경영진이 잘 모르는 사업을 벌이게 되면 일단 불필요한 사람을 많이 뽑고 본다. 누가 필요한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필요해 보이는 포지션을 다 뽑고 보는 것이다. 유행인 만큼 투자받기는 또 쉬워서 많은 눈먼 자본을 유치해 눈먼 이들이 눈먼 사람들을 뽑아 놓는다. 그러면 회사에 들어온 불필요한 사람들은 또 자기 필요성을 검증해야 하니까 불필요한 일들을 마구 만들어낸다. 회사에서 정말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는데 하나도 제대로 된 제품이 안 나오고 성장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초점이 흐려지면 우리가 당초 무슨 사업을 하려고 한 건지도 모호해지고 그냥 남의 돈을 가져다가 유행하는 사업을 신나게 열심히 벌여 보는 모럴 해저드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내가 100% 이해하는 일을 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업인데 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고 시장도 잘 모르고 직원들도 잘 모르는 일을 하면 요행에 기대게 된다. 더 큰 유행이나 밸류에이션 높이기 같은 생각만 하고 오래가는 회사 만들기나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업의 본질 같은 데엔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게임 개발사의 건전한 목표는 좋은 게임 만들기여야 했다. 나는 소셜 게임 유행에 올라타 높은 밸류로 투자를 받거나 폼나는 회사를 만들거나 이 붐을 타고 좋은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마 지금도 그런 회사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런 꿈을 꾼다면 결코 원하는 것들은 얻지 못할 것이다. 오로지 업의 본질에 집중한 사장과 팀만이 행복한 과실을 따 먹게 될 것이다.
▲ 서울경찰 2기동단 715전경대 일경 표철민·전 위자드웍스 대표이사